깊은 용암 안에는 밝고 울렁거리는 호수가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믿어야 하는 걸까. 사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라며 용암 안에 호수를 상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호수는 맑을까? 호수는 차가울까? 호수는 물렁거릴까? 호수는 손안에 흐를까? 만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용암 속 호수를 손으로 푹 떠서 “이게 용암 안에 있는 호수야!” 라고 사람들에게 떠들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용암은 자기 안에 꼭꼭 숨겨져 있는 호수를 알고 있었을까. 알고 있었다면, 용암은 호수를 어떻게 견뎌 낸 것일까. 어쩌면 용암은 호수를 모른 척한 것은 아닐까. 울렁울렁 움직이는 호수를 모른척하고 태연하게 꾸르륵꾸르륵 흘렀던 것일까. 만약 용암이 호수를 품고 모른 척한 것이라면 그것만큼 무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