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래된 바다에서 돌을 발견했다. 깊고 검은 바다의 끄트머리에서 파도가 밀어낸 수많은 돌조각 중에, 그의 손에 닿는 것이 생겨난 것이다. 그는 손에 들어온 돌의 질감을 느끼며
“부드럽다.”
라고 말하면서도 둘에게 ‘부드럽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인지 고민했다. 손바닥에 올려진 돌을 물끄러미 보니까 녹색인지, 청색인지, 아니면 이 세상에는 없는 색인지
“아니, 이 세상에 없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줍지 못했을 테니까.”
그는 그런 것으로 생각하며 엄지손가락 마디 하나만 한 돌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볼록 튀어나온 모습을 누군가에게 유심히 보고 있지 않은지 주변을 살폈지만
“있을 리가 없지”
이곳은 그 말고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니까 들킬 것인지 보여 질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물렁물렁해진 모래사장 위로 그의 발이 푹푹 들어가도 이동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모래들이 아무리 그를 받아 내도 그 안에 단단하게 뭉쳐진 것이 밀어내듯 그의 발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한없이 이동하며 파도가 때려내는 굉음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가 이곳을 알아차린 지 오래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본 것은 검은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방금 주머니에 들어온 돌멩이뿐이었다. 다른 것을 기억해 내려 해도 그 기억이 제대로 된 기억인지 불쾌하게 헤맬 뿐이었다. 만진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집어낸 돌멩이와 발에 감기는 모래들,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파도뿐이다. 본 것이라면 검고 깊게 자리 잡은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사장뿐이다. 그 외에 알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돌멩이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부드러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색인지, 크기는 적당한지
“가지고 있어도 되는지.”
그는 돌멩이가 혹시 자신을 좀먹는 위험한 것은 아닌지 알고 싶어 하며, 사실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도 했다.
“그럴 리는 없지.”
위험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던지기라도 한다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던질 생각은 없어.”
던질 수가 있을까. 스스로 주웠던 것인데. 알고 싶을 뿐인데. 알만한 방법이 없으니까. 그는 이곳을 벗어나야 물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은 모래사장을 넘어 어디론가 가는 것, 바다 위를 헤엄쳐 가는 것, 높게 뜬 달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그러고 보니 달도 있구나.”
그는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다가 굽혀진 몸을 쭉 펴내며 하얗게 떠 있는 달을 발견했다. 그는 달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혹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돌을 하늘까지 쌓으면 달에 닿을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주머니에 있는 돌이 너무 작다. 그는 하늘과 자신의 거리를 대충 가늠하며 하늘에 닿은 것은 어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하늘도 있구나.”
하늘은 바다와 구별 없이 검고 깊었다. 바다는 파도로 자기 자신을 알리는 바람에 잊지 않을 수가 있었는데, 하늘은 달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잃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검고 어두운 하늘에 밝게 놓여 있는 달을 열어 그 뒤에 있을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있는 돌을 움켜쥐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자신을 떠올렸다. 그는 둘의 대화를 생각해 보다 말했다.
“괜찮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