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을 같은 시간에 먹다보니 속이 좋지 않았다.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먹다보면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라고 추종자가 매번 같은 이야기를 같은 표정으로 하는데,
'먹다보면'
이라는 부분에서 왼쪽눈썹이 살짝 들리고 오른쪽 입가가 푹 들어 가는 걸 알 수 있었다.
'풍미'
라는 단어는 추종자가 적응을 못했는지 발음이 뭉개져
'퐁미' 나 '픙믜'로 들렸다. 하지만
'제대로'라는 말은 확실하게 했다. 이때 추종자의 입줄 주름이 두껍게 조여들었기 때문이다.
'느낄 수 있어요' 라는 말은 '제대로'를 너무 힘주어 말하느라 힘이 쭉 빠진체로 뱉었다. 어떻게 보면 숨소리만 들리는 것 같기도 해서
"제대로 늑슈욱."
이라고 들렸다.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음식을 계속 먹는 이유는 이곳에 지내기 위해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어느새 추종자 하나가 와서
"먹다보면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라며 음식을 내놓았는데, 나는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 적은 값을 지불 했기 때문에 그 음식을 먹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먹는 것 정도는..'
이라며 값을 치루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음식의 몸통을 먹고 나머지 부분을 상상 하느라 속이 좋지 않았다. 머리의 어설픈 질감은 그래도 억지로 넘길만 하지만 꼬리의 비린내 만큼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편지를 쓰게 되었다.
-이곳의 환경은 나쁘지 않습니다. 시선이 분산 될만한 배경도 없고, 쓸모없는 말을 붙이는 직원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장소입니다.
어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생선이 있습니다. 그곳은 매일 물고기가 잡힙니다. 제가 바다에 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 드리겠습니다.
그곳에는 신선한 생선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지는 이곳의 관리인에게 전달했다. 추종자에게는 말 할 필요가 없었다.관리인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면 편지를 올바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