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탄생, 누군가의 승리, 누군가의 결합, 누군가의 회복이
기쁨의 원인이 된다면 좋겠지만, 나는 당최 그러지 못한 인간인 것 같았다. 가슴속의 열기와 머릿속의 전기 신호가 팡팡 울리는 지금의 상태는 분명 누군가는 기쁨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대외적으로 늘어놓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되었다.
내 상태의 원인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한 예상이 맞았다는 것.
“역시 그놈은”
징그러운 놈이 맞았다. 이제는 내가 그놈에 대한 예상을 표면상 드러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은연중에 품고 있던 예상이 현재 일어난 어떤 사건과 꽉 차게 들어맞았다. 그러니 내가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음 그놈을 봤을 때의 메스꺼움을 이제는 인류의 보이지 않는 감시 아래서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입 밖으로 혹은 손가락 끝으로 그놈을 마음껏 경멸하고, 심지어는 그놈의 외관을 내면의 사악함의 이유로 들먹일 수 있었다. 그놈에게는 인간끼리 의례 참아내야 하는 기본적인 인내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으며, 오히려 인내라는 것을 그놈과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조롱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찾아와 그놈의 악행을 조금씩 물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한 개의 연구를 오랫동안 가꾸어온 연구자처럼 그놈의 악행을 세세한 차원부터 굵직한 차원까지 상세히 쏟아 낼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그놈에 대한 불분명한 상상에 나는 정교하고 튼튼한 모양새로 구현할 생각이다. 나는 흐리멍덩해지는 사람들의 눈을 보며 가끔은 작은 것을 비틀어 그놈의 상상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 차츰차츰 그놈은 현실에서도, 상상에서도, 또한 중간의 불분명한 감정의 통로에서도 악행의 현신으로 떠올라 의문도 들어가지 않는 완전한 물체가 될 것이다. 나중에는 그놈이 어떤 사실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때가 오면 나의 개인적인 원한의 비율을 늘려 갈아 넣는 것도 괜찮겠지. 그것은 누구도 알아내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이런 기쁨이라니. 겨우 방탕한 척 하며 무언가에 취해 얻어 내는 알량한 자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실 된 만족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놈에게 감사했다. 그놈을 처음 보며 느꼈던 역겨움이 결과로 이어지는 인간이라서. 혹시나 그놈이 인고의 노력으로 적은 껍질이라도 벗어 어딘가로 한 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어서. 하루와 하루 사이에 무언가 일어나 사람의 작은 눈으로는 알아볼 수도 없고, 예상할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되지 않아서.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심해의 망에 걸려 넘어가 당연하게도 가라앉아,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너무나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