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시작은 '서로 잘 지내보자'라는 넘치는 마음에서 시작해.
나는 절대 일방적인 화를 내지 않는 편이야. 사람이건, 동물이건, 일단은 친해지고 싶으니까.
그런데 어떤 일이라도 반드시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어. 오히려 내 뜻이 넘쳐나면 해결하기 어려워지기도 해.
그렇다고 누군가가 오해를 일부러 조장했다는 생각은 안 해·오해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무더기로 있는 끔찍한 사건이잖아. 일부러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내가 오해의 피해자 한 사람으로서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억울하거나, 답답하거나, 실망스럽거나, 위협적이거나, 싱거워지거나, 급하게 굴거나, 귀밑머리가 당겨지거나, 미간이 여덟 조각 나거나,
아, 너무 많아. 너무 많다는 말이야. 지긋지긋한 오해가 이렇게 많은 결과를 낸다는 거지. 그런데 신기한 건 오해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부 불분명해서 오래된 사립 탐정 하나가
"자, 여러분, 사건은 이제부터입니다. 사건의 범인은 곧 있으면 드러날 것입니다."
라는 명쾌한 대사는 말하지 못하고
"글쎄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그만두면 안 될까요."
라며 오해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톱니바퀴에 몸이 끼어 버리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제발 꺼내주세요. 잘못 했습니다."
라고 밖에는 하지 못하는 거지.
나는 지금 오해를 영영 풀 수 없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아. 참으로 괴로운 일이야. 맨 처음 엄마의 몸에서 나왔을 때는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대체 오해 같은 건 언제쯤 나를 놓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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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발뒤꿈치 쇳덩이는 어떻게 처리할 수 없을까요. 제가 귀가 좋지 못해서 너무 아프네요."
라고, 말했다. 그는 바퀴벌레라도 발견한 것처럼 몸을 번쩍 뜨이고는 말했다.
"나요? 그런 일이? 왜 있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조금 곤란해요. 아, 안되는데요!"
그는 자기 자리에서 번쩍 뛰어오르며 말했는데, 우는 것인지, 화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일단 그가 '우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진정시켰다.
"아니요. 지금 당장은 아니고요. 가능한 때에…"
그는 다시 번쩍 몸을 띄우고 말했다.
"아니 그럼! 왜 지금! 사람이 경우가 있지! 이건 아니에요!"
나는 그가 '화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그는 갑자기 내 한쪽 팔을 붙잡고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뭔가 오해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좀처럼 말하기 어려워요."
나는 대체 그가 어떤 오해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