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단편선

3.시험

김성훈. 2024. 8. 1. 11:42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시험지 뒤에까지 돌려."
몇몆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시험에
"뭐?"
"왜?"
"아직 아닌데."
라며 조용하게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 순간만큼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줄 알았지.'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누구도 준비하지 않은 때에 오직 나만 준비 할 수 있는 날 말이다. 몇날 며칠을 오로지 나 혼자만 이 시험을 위해 준비를 해 두었다. 나는 약간 긴장 했지만, 그동안 준비 했던 것을 착실하게 머릿속으로 굴려보며 시험지를 받았다. 그러데 나는 첫 문제를 보는 순간 당황했다.

1.당신이 어제 먹지 못한 이유는?
[                                             ]

나는 빈칸에 억지로 [그렇다] 라고 쓰기는 했지만,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준비한 시험 유형과 전혀 다른 방식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쭐함으로 채워진 긴장이 무너지고 ,불안과 공포가 쌓아 올린 긴장을 느끼며 다음 문제로 넘어 갔다.

2.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그렇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          ]

나는 빈 칸을 보며 머리가 간지러워 손으로 벅벅 긁었다.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문제 하나하나 뜯어보며 생각했다.
[알][고][있][는][것][은][대][부][분][그][렇][다][.][그][렇][다][면][무][엇][일][까][?]
[알]에서는 보통 '오늘' 이라는 답이 유추 되지만,[것]과 [은]을 보면 '오늘'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오히려 '어제'나 '다음주' 가 나을지도 모른다.특히 [대][부][분]은 알 수가 없다.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는데,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매에 입을 안쪽으로 오므렸다. 나는 억지로라도 답을 쓸 수 없어 다음 문제로 넘어 갔다.

3. 나는 쫓기고 있다. 왜 그럴까?
[                                               ]

이 문제는 그래도 쉽다. 나는 빈칸에

[익룡에게 먹힐까봐]

라고 답을 쓰고 다음 문제를 보려는데, 갑자기 고민이 되었다. 익룡이 아닐지도 모른다. 푸마나 검은 점박이 사슬 거미 일지도 모르고,2족 보행 무털 원숭이 일지도 모른다. 대체 뭐가 답일까. 만약 1번과 2번이 헷갈리는 문제가 아니라면
[익룡에게 먹힐까봐]
를 확신 했을텐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가. 대부분은. 나는 어째든 찝찝했지만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4. 섞여 나왔다. 그렇다면 너는 오늘
[               ]

숨이 막혔다. 기출 유형에서 한끝도 본적 없는 지독한 문제다. 대체 이런 문제가 인생에서 무슨 도움이 될까.나는 문제를 생각하느라

"시험 종료."

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지 못하고 시험지를 뺏겨 버렸다.
나는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 틈에서 어색하게 웃지도 못하고 입만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험전 우쭐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에 으악 이라며 소리를 지르려다가 부끄러운 마음에
"후…"
라는 소리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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