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2024. 8. 3. 09:54



많이 먹었다.

남자의 뱃속이 한 개의 그릇이라고 했을 때, 그릇은 거대한 암탉을 올려놓은 작은 종지 같았다. 암탉이 움직일 때마다 종지 그릇은 흔들흔들했고 그것을 두 손으로 한 움큼 쥐고 있는 남자는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 하는 거야?”

라고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남자에게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의 그릇 안에 가득 찬 암탉을, 입을 통해 조금씩 꺼내고 있을 터라 사람의 말로는 대답하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신호 같은 걸 보냈다. 남자의 입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을 보고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었어?”

라고 물었다. 남자는 그제야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 답답함 같은 것에서 한발 물러나 입에서 나오는 무언가에 대해서만 괴로워했다. 남자는 지금 괴로운 상황을 피하고자 손을 휘적거려 도움을 요청했다. 몇몇은 남자의 손짓에 멀리 도망갔고, 몇몇은 그저 구경했다. 그중 조금 눈치 빠른 한 명은

“도와 달라고?”

라고 물어봤다. 남자는 그 한 명에서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어떤 고비 같은 것을 넘기며 숨 가쁘게 괴로워했다. 남자의 괴성은 여러 가지 야생 동물 소리가 어느 한 개로 합쳐진 진 것 같았다. 누군가는 남자의 괴성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떻게?”

라고 물었다. 남자는 마침 입에서 마지막쯤으로 예상되는 무언가가 나와서 말을 할 수 있었다.

“몰라.”

“모른다고?”

“몰라”

“무엇을 모른다는 거야?”

“글쎄 모르겠어.”

남자는 금세 허기졌다. 남자의 뱃속이 한 개의 그릇이라고 했을 때 거대한 그릇 안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공간의 일부분에 자리 잡아 조금씩 간질거렸다. 남자는 간지러운 그것을 잡고자 입에 무언가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