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구조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는 소용없는 짓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쩌면 나 스스로가 멍청한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깊고 지저분한 호수에 빠져
‘나 좀 어떻게 해줘’
라고 뻥긋거리며 구조 신호를 보내던 것은 그가 아니던가. 나는 분명 그의 움직임을 보았고, 동시에 그의 손을 잡고 끌어 올렸다. 나는 끈적하게 달라붙는 그의 손바닥을 통해 지독하게 응집된 호수의 찌꺼기를 느끼고 있었다. 내 손바닥에 달라붙은 호수의 찌꺼기는 주름의 틈새를 뚫고 내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오래전에 겪었던 것이니, 나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내 혈액에 돌고 있는 거부의 물질이 호수의 찌꺼기를 밀어냈다.
나는 그에게 찌꺼기 씻는 법을 알려 주었다. 간단하고 지루한 방법이지만 호수의 찌꺼기를 벗겨 내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 나의 설명을 듣고 있다가 내가 몇 개의 방법을 알려 주니 어색하게 따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곧 익숙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게 뭐 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에 그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바닥은 찌꺼기가 많이 붙어 있는 곳이라 떼어내는 데 노력이 많이 들어. 주름 하나하나에 박힌 걸 떼어 내는 거니까. 그래도 입술이나 머릿속보다는 한결 나아. 눈이나 코는 말할 것도 없고, 나중에 가슴속에 있는 걸 떼어 낼 때는 비명이라도 지르게 될걸?”
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말에도 여전히 구겨진 얼굴을 펴지 못하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제야 지금의 대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자신이 호수에서 나온 것도 알지 못했고, 자기 온몸에 호수의 찌꺼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나는 찌꺼기를 떼어내는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을 설명할 방법은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손짓 열두 번, 발 짓 열한 번, 그다음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되는 동작을 스물세 번 정도 하고 난 다음 그의 표정을 보았다. 물론 그의 표정은 호수의 찌꺼기 덕분에 대충 구겨진 형태만 드러나 있었다.
“그게 뭐야.”
그가 ‘뭐야’라고 해봐야 나는 이미 설명을 끝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는 그래도 나의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던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한 뒤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라며 알 수 없는 말들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가 말하는 것은 대부분 호수에서 살아가기 위한 행동과 말, 그리고 그가 강조하는 신념과 신념의 뿌리인 마음가짐 같은 것이었다. 나는 곁눈질로 해가 떨어지고 일어나는 것을 세보고
“8번….”
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는 듣는 것 같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의 말을 더 했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그에게
‘그럼 무엇을 얻고 싶으냐’
물었다. 그는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듣겠다는 듯이
“숨 쉬는 거.”
그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고개만 잠시 끄덕이고 그럼 최종적으로 숨 쉬는 것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대한 산소통이 필요하지.”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산소통이 얼마나 거대한지 자기 팔로 한가득 움켜쥐는 모양을 하느라 나와 멀찍이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몸체가 전부 들어 갈 만한 산소통을 손으로 표현하고 나에게 어떠냐고 묻는 것처럼 굴었다. 나는 그것도 상당히 멋진 일이지만 찌꺼기를 떼어 내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나의 말을 거부하는 손짓을 보이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는 호수로 뛰어들었다.
그는 그래, 마지막으로 호수에 뛰어들기 전에 나의 말을 어렴풋이 알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지’라고 하는 것을 보면 찌꺼기가 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그는 호수를 향해 무릎을 꺾었고, 호수를 향해 허리를 굽혔으며, 호수를 향해 팔을 뻗어, 호수를 보며 무언가를 다짐하는 기합 소리를 냈다. 그는 끈적이는 호수의 물을 몇 번 삼키더니 다시 밖에 있는 나에게
‘나 좀 어떻게 해줘.’
라는 구조 신호를 보냈다. 나는 무심코 그에게 손을 내밀려고 하다가 정지했다. 그가 말한 거대한 산소통을 구해 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 되는 산소통은 대체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와 닿았던 왼쪽 몸 전체에 달라붙은 호수의 찌꺼기를 떼어내며 생각해 보았지만, 그만한 산소통을 찾아낼 자신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