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착용
한 공간에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물질이 살아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별로 놀랄 것은 없어?”
“놀라지 않았어요.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본 거예요.”
그는 플라스크를 내려놓고 말했다. 플라스크를 건드리지 않는 그의 왼쪽 새끼손가락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책상 위로 손바닥을 올려놓고 떨리는 왼쪽 새끼손가락을 억지로 누르며 말했다.
“그런데 왜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한곳에 있어요?”
“한 곳에 두 가지가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거야.”
책상위에 올려지 ㄴ 그의 왼쪽 손이 하얗게 탈색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왼쪽 손에 피가 돌지 않아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되었지만, 일단은 설명해야 하는 순간임으로 계속 이어서 말했다.
“뭐든지 동시에 존재하지만, 사실 두 개 정도로 나뉘는 것. 그렇게 인지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분명한 것을 분명한 것으로 인지 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해. 플라스크 안을 봐. 두 가지가 얽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 개의 물질로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그렇네요.”
그의 어금니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대답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성의 없는 대답과는 상관없이 플라스크 안에 스포이트를 넣고 물질을 빨아들였다. 스포이트에 몽글몽글 움직이던 물질은 살레에 스르륵 하고 쏟아져 나왔는데, 곧바로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로 변해 갔다. 나는 핀셋으로 물질의 윗부분을 콕 찌르며 말했다.
“이 부분이 [실망 31-1]이지만, 여기 아래 뭉쳐져 있는 부분이 [안도감 11-4] 야. 그 외에 성분도 있지만, 너무 작은 성분이라 물질 판독기가 있어야 해.”
“[안도감 11-4]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지 않아요?”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조금 전부터 떨고 있는 그의 오른쪽 눈가가 너 신경 쓰였다.
“그…. 왜….”라며 그에게 몸이 떨리는 원인을 물어보려다
“그렇기는 하지만 봐봐 성분의 결합 물질을 구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알아채는 것은, 그렇지…. 그렇지?”
라며 올바른 대답을 했지만, 그가 내 대답에 오른쪽 눈썹을 불쑥 들어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바람.
‘그렇지?’
아마 내 말을 못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가 한눈파는 사이 그의 가슴팍에서 물질을 뽑아내 물질 판독기에 넣었다.
륵드르르 드르륵
물질 판독기의 소리가 시원치 않게 들렸지만, 작동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는 이제 온몸을 떨었지만 나는 물질 판독기가 보여줄 판독 결과만 기다렸다.
툭툭
‘띠링!’이라고 생각했던 판독기 판독 결과 음이 나오고 ‘슈슈슉’이라고 생각했던 프린트 소리가
가가각
하며 판독 결과가 나왔다.
*************************************************************************************************
-[163997816]의 1530 판독 결과-
[--9-1],[호기심 22-2],[불안 21-1],[열의 3-1],[관심 9-3],[--1-1],[의문 22-1],[허기 8-8],[희망3-1][--11-1]
*************************************************************************************************
판독기 소리가 시원찮더니 역시 판독기마저 고장이다. 나는 그대로 내 개인 사무실로 돌아와 두꺼운 가죽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뭐가 문제였는지 골똘히 생각했다.
—-------------------------------
“그건 어려운 일이라니까.”
라며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으스대는 모습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것 뿐인데, 그 사람은 손에 잡히지 않고 어디론가 조금씩 도망쳐 간다. 잡히지 않는구나 너는 언제나…
—--------------------------------
역시나 생각이 지나치면 잠에 든다.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5:35
겨우 5분도 안 돼서 불쾌한 꿈을 꾼 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옷을 조금 정리하려고 거울을 봤는데 살짝 인상을 썼다.
“뭐야 이거”
[눈 1-2],[귀 2-3]을 착용하지 않았다. 아침에 너무 급하게 움직여서 그런가. 그리고 아마도 [혀4-3]도 잃어버린 것 같은데, 어디 있을까.
그리고
또 잃어버린 것은 없을까.
또 없을까.잃어 린버
을 없또까 은어 버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