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해명
그는 많이 흥분된 상태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떤 설명에 대한 행위 같았지만, 설명의 가치를 높여 주는지는 의문이었다.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그의 이야기가 별로 유쾌한 게 없는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지루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빨리 자신의 지루함을 알아채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몇몇 사람은 눈만 두리번거리며 하품하는데 턱이 기괴하게 꼬여 넘어갈 때까지 쭉 내렸다. 몇몇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가끔 그의 말을 듣는 듯한 표시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다급해하는 그의 형상을 골똘히 구경하며 다른 사람들의 지루한 작품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그가 어떤 마음에서 저런 다급함을 보여 주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모습이 어떤 줄 알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억울함과 분노가 자리를 배분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차지하고 있어 붉고 울렁거리는 모양이었고, 교합이 맞지 않는 치아는 자연스럽게 어그러져 왼쪽 아랫니는 부드럽게 갈려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회색빛을 간직한 체 그가 어떤 버릇 같은 말투에 휙 하고 움직였다. 그의 뭉뚝한 손톱은 테이블을 딱딱 칠 때마다 눈에 띄었는데 네 번째 손가락 끝에 붙어 있는 껍질은 유난히도 노르스름했다. 그의 몸은 왼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었고, 틀어진 틈으로 그의 뱃살이 쏠려져 내려왔다. 간혹 그가 흔들어 대는 오른쪽 다리는 꽉 찬 종아리가 순환되는 것 없이 바지를 밖으로 밀어냈다.
“들어봐”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진지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숨겨지지 않는 모습이 정교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의 내면에 들어찬 진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일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것일까. 만약 나의 눈이 먼다면, 귀가 막힌다면, 피부가 무감각해진다면,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의 진실한 내면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그가 내보이는 최대한의 해명을 나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몇몇 사람들은 그의 해명을 들어 주기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들이 떠나는 발걸음 앞부분에 마음이 딸려 들어가는 것 같아 간신히 붙잡고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나는 쭉쭉 딸려 가려는 마음을
‘그래, 무언가 있겠지’
라는 것으로 꾹 눌러댔다. 그의 해명은 끝나지 않았다. 분명 내용이 있을 법한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만 짜여 있어서, 아니 짜여 있지도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진 그의 억울함이 순서 없이 꾸역꾸역 기어 나올 뿐이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의 진심을 어떻게든 발견하고 싶었는데, 또다시 몇몇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에 마음이 붙어 딸려 가는 것을 느끼고 새어나가지 않게 내 가슴 쪽을 손으로 쾅쾅 두드렸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의 소매를 꽉 붙잡고 마지막 남은 간절함과 억울함을 쏟아 냈다. 그의 입에서 비린내와 몇 개의 알 수 없는 냄새가 섞여 들어 콧속으로 훅하고 들어 왔다. 나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음이, 맹렬한 냄새로 간단히 잘려 나가고 깨끗하게 울렁거렸다. 그는 조금 더 열기를 내며 자기 안쪽에 있던 마지막 남은 것까지 꾹 짜내어 내보냈다. 나는 그것이 그의 토사물이 정돈된 상태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울렁거리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잘게 잘려진 비위를 손으로 수습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는 답답함과 역겨움을 떼어내고자 몇 시간을 걸었다. 몇 시간의 걸음이 언젠가 삐걱거리는 피로로 찾아 올 때쯤 나는 그의 내면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의 해명 모양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아차린 것을 손으로 구겨 발로 꾹꾹 눌렀다. 언젠가 그것이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은 채로 밟히는 날이 오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이 훨씬 값진 것이 될 것이다.
